끊임없는 부채 주도 성장, '청산'이 쉬울까.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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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울리는 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는 막대한 민간 부채, 우리 주변에서는 버스광고에는 빚 대환 대출 광고가 붙고, 현수막엔 채권추심 업체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에 현재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인재(人災)'로 다가올지 알아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끝없는 부채 성장을 해왔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장과 동시에 부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지만, 악성 부채가 많다면, 그것은 해악만 될 뿐이다. 지극히 답이 없는 문제를,  답이 맞는다며 쓰다가, 또 한 번 문제를 낳는 것이 되었다. 이를 뒷받침했던 건, 광의 통화량이 실제 생활경제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자산시장으로 투입이 계속 진행되도록 만든 것과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산업 체질 변화의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다. 

국내총생산(GDP) 1,968조 원을 가뿐히 넘어서는 민간(가계·기업) 부채가 우리 생활에 위협이 되는 사회적 재난이 지난 외환위기보다 더 큰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는 만큼 심각한 위험 요소다. 

다중채무자가 약 458만 명, 금융 연체자만 약 60만 명이며, 주택 담보대출자의 평균 DSR 비율은 60.6%로 급여의 절반 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이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나라가 또 한 번 도래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연도별 그래프, 약 101.5% (출처:트레이드이코노믹스닷컴) 
GDP 대비 가계부채 연도별 그래프, 약 101.5% (출처:트레이드이코노믹스닷컴) 

가계부채에는 통계상 1,848조 2,661억으로 GDP보다 약간 낮은 수치이지만, 여기에는 전세 보증금 부채 약 1000조가량을 포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부동산 제도, 전세. 여기에 중대한 허점이 있다. 최근 전세 사기가 조직적으로 발생하고, 주택 도시 보증 공사(HUG)가 전세 세입자에 대한 보증이 어려워지면서, 기관 파산 우려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상황까지 오는 등, 지렛대 효과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했던 자산 시장에 거대한 파도가 왔는데, 이는 오랫동안 고통을 남겨줄 고금리, 고물가로서 부작용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 신청 건수는 매일 폭증하고, 기업이 매일 4.5개씩 도산하는 등 이미 조용한 침체에 진입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격언처럼 불리는 '공짜는 없다.'라는 이 지점을 바로 가리킨다. 화폐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하거나, 흑자재정을 짜야 하는데,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역행하는 경제정책을 이행하고 있고, 반대로 순행하는 정책을 펴고 싶어도, 이미 막대한 부채 규모로 인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저출산 초고령 사회로 향해, 잠재성장률 저하로 인해, 부채 증가율보다 앞서가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패러다임을 깨지 않고 유지하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화로 정체기에 빠지면, 더욱 수렁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  레트로가 사실, 사회가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인데, 이는 별로 좋지 않다.  사람은 어려우면 과거를 회상하기 마련이고, 이에 기대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2002년 카드 사태, 코로나19 대 봉쇄 때를 견주는 신용위험지수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42를 기록했고, 자영업자 부채가 1,000조 원을 돌파한 만큼, 우리 경제는 현재 중증 환자다. 살리겠다고 투입한 부채가 일종의 '진통제' 역할을 했지, 본격 '치료제'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대외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다. 사실 섬에 가까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자원의 저주로 인한 수입 물가 변동 리스크 때문이다. 제조업 수출 주도 성장을 꾸준히 밀고 나갔던,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이 패러다임으로는 버틸 수 없다. 이는 한국은행 총재도 말했던 바이다. 국내 1금융권 4대 은행이 일개의 대기업 영업이익보다 더 큰 이자수익을 벌고 있는 것도,  실업률 2.1%로 완전고용을 빌미로 경기 회복이라고 말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두 개, 세 개씩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심각한 신호다. 눈에 띄는 생활고 범죄가 증가하면서, 사회 기반 시스템의 균열이 깊어진다. 경제 불안정이 심화할수록 사회 안전망이 약화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한민국 고용시장 특성인 정규직 비정규직 이중구조 문제, 임시직 (gig)경제 형태의 플랫폼 고용과 질 낮고 파편화된 일자리 과잉, 대기업 및 재벌 몰아주기식 상향식 산업 구조, 청년의 서비스직 선호 과잉과 공급 부족, 코로나 이후 영세업자 소득 약화 및 높은 부채, 지역 인프라 양극화 등의 문제를 바꿀 산업 체질 전반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앞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에게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이 진행될까? 하는 문제는 바로 우리 경제에 낀 '거품'을 어떻게 터트리느냐에 달려있다. 우리에게 적절한 처방이 제안되고, 이를 이행할 의지에 달려있다. 우리는 정부에게, 사회에게 이 질문을 집요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이다.  민간 부채가 우리 경제의 족쇄를 채웠다. 이 족쇄를 부수려면, 부채를 축소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른바 '부채 청산'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민간 부채를 정부 부채로 이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부채 축소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히 있을까. 뼈를 깎는 고통을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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